[ Pathfinder: ENGINEER ] #01 | 33년을 되감아, 다시 엔지니어가 된다면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공정 엔지니어이자 R&D 연구자·개발자로 살아온 33년. 연구개발과 플랜트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현실이 되는 과정의 처음과 끝을 경험했다.
만약 그 33년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다시 첫날로 돌아간다면? 이번에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다르게 하고, 어떤 엔지니어가 되어야 할까. 이제 그 길을 처음부터 다시 걸어보려 한다.
33년을 되감아 본다.
1990년대의 어느 날.
첫 출근을 앞둔 나에게 지금의 내가 찾아갈 수 있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열역학 공부 열심히 해.”
“설계를 잘 배워.”
“자격증도 준비해.”
아마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 같다.
대신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앞으로 꽤 재미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런데 네가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안 될 거야.”
나는 지난 33년 동안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공정 엔지니어이자 R&D 연구자, 그리고 기술개발자로 살아왔다.
아이디어 하나에서 시작한 R&D를 기획하고, 연구하고, 개발하고, 실증하면서 연구개발의 처음과 끝을 경험했다.
그리고 연구실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기술이 실제 산업현장으로 나가는 과정도 경험했다.
연구실을 나서면 또 다른 세상이 시작된다.
상용 플랜트는 아이디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업을 기획하고 계획을 세운다.
개념설계를 하고,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거친다.
도면 속 설비가 실제 장비로 제작되고 현장으로 이동한다.
시공이 끝났다고 플랜트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시운전을 하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한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가 약속했던 성능이 정말 나옵니까?”
성능을 검증하고 마침내 준공한다.
기획 → 계획 → 설계 → 제작 → 시공 → 시운전 → 성능검증 → 준공.
그 긴 과정을 지나면서 한 가지를 알게 됐다.
기술이 된 것과, 기술이 현실이 된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그래서 다시 한번 처음부터 해보고 싶어졌다.
33년을 보내고 나니 오히려 궁금해졌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다시 신입 엔지니어가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예전처럼 공식부터 외울까?
아니면 현장으로 먼저 뛰어갈까?
연구자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엔지니어는 무엇을 볼 줄 알아야 할까?
좋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연구가 되고, 연구는 어떻게 기술이 되고, 기술은 어떻게 상용 플랜트가 되는가?
왜 연구실에서는 잘되던 것이 Scale-up하면 말썽을 부릴까?
왜 계산은 맞는데 설비는 움직이지 않을까?
왜 완벽했던 설계가 현장에서는 수정될까?
그리고 왜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기술보다 사람이 더 어려워질까?
앞으로 하나씩 다시 부딪혀 보려고 한다.
하지만 ‘33년 차 선배의 강의’는 아니다.
“내가 33년 해봤으니 이렇게 하세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반대다.
33년의 경험을 가진 내가 다시 초년생이 되어보려고 한다.
모르는 것은 다시 묻고,
잊어버린 것은 다시 공부하고,
도면을 들고 다시 현장을 걷고,
계산이 틀리면 다시 계산하고,
설비가 멈추면 원인을 찾아보고,
프로젝트가 꼬이면 다시 풀어보자.
그리고 그 과정에서 33년 동안 배웠지만 어느 순간 잊고 있었던 것도 다시 찾아보고 싶다.
호기심, 질문, 기본기, 책임, 협력,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그리고 엔지니어가 처음 가졌던 설렘.
이번에는 AI라는 새로운 동료도 있다.
33년 전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하나 있다.
AI다.
계산하고, 검색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설계와 보고서 작성까지 도와주는 시대.
그렇다면 지금 다시 시작하는 나는 33년 전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아니면 AI가 주는 답에 익숙해져 스스로 질문하지 않는 엔지니어가 될까?
이것 역시 앞으로 함께 시험해 볼 생각이다.
연구실에서 플랜트까지, 다시 출발한다.
앞으로 50편이 될지, 100편이 될지는 모르겠다.
공학의 기본기부터 R&D, 공정개발, Scale-up, 설계, 제작, 시공, 시운전, Trouble Shooting, 성능검증, 프로젝트 그리고 사람까지.
성공했던 이야기만큼 실패해서 배운 이야기도 꺼내보려고 한다.
초년 엔지니어라면 앞으로 만나게 될 세상을 먼저 걸어보고,
중견 엔지니어라면 자신의 경험과 비교해 보고,
오랜 경력의 엔지니어라면 함께 이런 상상을 해봤으면 한다.
“나도 다시 시작한다면 어떻게 할까?”
이것은 33년의 경험을 정답으로 정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33년의 경험을 배낭 하나에 넣고, 다시 출발선에 서는 이야기다.
연구실에서 플랜트까지.
아이디어에서 현실까지.
그리고 초년 엔지니어에서 전문가까지.
자, 시간을 33년 전으로 돌려보자.
이번에는 어떤 엔지니어가 될 수 있을까?
ENGINEER #02
「눈을 떠보니, 다시 신입 엔지니어였다」
이제 진짜 첫 출근이다.
Pathfinder2050 | Engineer Series
From Idea to Reality, From Engineer to 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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